배음이 없어도 기계적이지만, 너무나 이상적인 배음도 기계적이다.
배음의 불일치와 예술성
배음은 기음에 더해지는 추가음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기본주파수+여러주파수의 조합이다.
이 배음들이 정수배 구조로 정렬 되어있을때 비로소 '하나의 음'으로 인식 가능하다.
추가음들은 기음보다 훨씬 미세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세한 배음이 고유의 악기톤과 음성톤을 만들어낸다.
배음 없이 기음만 존재하는 소리는 매우 무미건조하며 기계적이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적인 배음 역시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이다.
왜일까?
* 이상적인 배음이 무엇일까?
이상적 배음이란 이론적인 개념이다.
한 줄이 진동할 때 기본 주파수의 정수배로 되는 배음이다.
즉, 배음이 이상적이어서 고조파(기본음의 정수배 주파수. 딱! 떨어지는.)주파수를 가지는 것이다.
* 조율 잘 된 악기는 이상적인 배음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상적인 배음은 계산적으로 딱 떨어져야한다.
현실 대부분의 악기는 아무리 조율이 잘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이상적인 배음의 구현이 힘들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물리적으로 모든 요소가 완벽해야한다.
모든 악기는 다양한 물리적 재질(금속/나무/가죽 등)로 이루어져있으며
불완전한 진동체이다.
또한 기후나 습도, 날씨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완벽히 따끈따끈하게 갓 조율이 된 악기라도 이상적인 배음을 구현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 플룻과 이상적인 배음
조율이 잘 된 악기임에도 이상적인 배음을 구현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이상적인 배음에 가까운 특성을 지닌 악기가 있다.
바로 관악기, 그 중에서도 플룻이다. 왜일까?
Charles Parker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647632/
일단 관악기의 경우 관 내부 공기기둥의 진동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1차원 진동체(진동이 흐트러지지 않음. 다른곳으로 퍼지지 않음, 패턴이 정돈되어있다.)
이기때문에 기본음과 그 배음이 거의 정확한 정수배가 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플룻은 개방관 open pipe 구조이다.
양 쪽 끝이 모두 열린 관악기란 뜻이다.
진동이 자유롭게 공기와 접촉한다.
참고로 다른 개방관 악기로는
피콜로, 대금, 오르간(개방관파이프) 등이 있다.
이들도 구조적으로 이상적 배음에 가까운 악기이다.
* 거의 완전하다는 거지, 진짜 완전하진 않다.
물론 언급한 내용 처럼 개방관 구조의 관악기는 구조적으로
이상적인 배음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지, 완전히 이상적이진 않다.
약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그 이유를 아주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연주자의 숨.
플룻, 대금과 같은 관악기는 사람이 직접 숨을 불어넣어야 작동하는 방식이다.
음압과 내부 공기 간의 상호작용이 정확히 선형해야 고조파를 생성하는데
인간의 숨의 경우 미세한 변동이 있기에 완벽한 음압이 불가능.
(단, 오르간의 경우 송풍 장치를 이용해 바람을 공급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2. 완전반사. 애초에 불가능.
소리는 파동의 일종이다. 벽,표면,경계 등에 부딪히면서 반사가 일어난다.
완전반사는 이론적 개념이다.
하지만 아무리 매끄러운 표면이라 하더라도, 소리가 완전반사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확산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난다.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할수록 진동의 손실은 더 심해진다.
3. 이상적 매질(공기). 애초에 없음.
소리를 전달해주는 것은 공기매질이다. 이 공기매질은 불규칙하기때문에 이상적인 매질이 될 수 었다.
앞서 언급한 완전반사처럼, 이상적 매질도 이론적 개념이다.
이상적인 매질이란 균일하며/불규칙한특성이 없으며/충격에 완벽히 복원되는 탄성/파동 손실 없이 이동하는 등
완전히 이상적인 전달 상태이다.
공기에 존재하는 점성, 에너지의 변환, 온도나 습도 등의 변화는
특히나 고조파를 더 손상시킨다.
4. 끝단 보정
소리는 관 끝에서 바로 멈추지 않는다.
관성이나 확산성에 의해 소리가 조금 더 바깥까지 이어진 후 반사된다.
이는 고조파 간격의 비틀림을 유발한다.
배음 간 미묘한 불일치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5. 지공
지공이 있어야 다양한 음정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공 때문에 소리의 이상적 배음은 약간씩 왜곡된다.
소리의 파동이 중간중간의 구멍에서 일부 새어나간다. 이러한 간섭이나 방해는
소리의 왜곡을 유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개방 관악기라도 이상적 배음은 불가능하다.
* 그럼 기계음은 이상적인 배음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디지털의 경우 완전한 정수배로 설계해 고조파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상적인 배음을 구현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음의 경우, 굉장히 정형화되고 짜여있는 음색으로 들리며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우리가 가요의 배경 음원을 들을 때
그것이 실제로 녹음된 현악기인지, 혹은 기계로 만들어낸 현악기소리인지 구분 가능한 이유이다.
* 결론, 예술은 불완전함에서 온다.
예술적인 것은, 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완전함은
사람이 물리적/실제적 악기를 더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불완전함 속에서 각각의 악기 특유의 고유한 음색이 만들어진다.
사람의 목소리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현실세계에는 이상성이 없다.
우리의 인체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약간의 어긋남과 불완전성, 비선형 등을 더 자연스러우며
생명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악기나 목소리가 가진 미세한 배음의 불일치는 더 풍성하고 리치한 특성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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