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인플레이션 : 시대가 흐를수록 피치는 점점 높아진다.
우리는 이전 음악 포스팅에서
표준 콘서트피치(440)와 실제 필하모닉피치(442이상)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관현악기는 440Hz 보다는 442Hz에서 더 풍부한 음색을 들려준다.
또 오보에나 바순 등의 몇몇 악기는 애초에 제작피치가 442Hz이다.
제작피치에 맞추어서 연주하지 않으면 악기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오케스트라만의 평균 필하모닉피치는 442 Hz(혹은 그 이상)가 되었다.
시대가 흐를수록 피치는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렇다면 앞으로 442 Hz 가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을까?
* 기준 피치의 역사
피치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보려면,
역사 속 기준피치에 대해서 조사해보아야한다.
19세기 이전에 유럽에서 음높이의 표준을 규정하지 않았다.
이 말은 유럽 전체, 악단마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연주했다는 것이다.
* 17세기, 그 이전
: 바로크 피치
17세기 이전,
특히 바로크시대엔 표준 피치가 A=415Hz 또 그 이하였다.
평균율에서 현재의 기준A4 = 440 Hz, 여기서 반음 낮아지면 415.30 Hz 이다.
그 말은 현재의 G음이 바로크 시대 때의 A음이 었다는 말.
즉, 현재 키보다 반음 낮은 키가 17세기 이전의 전체적인 표준이었다.
이를 바로크 피치라고 한다.
* 왜 415 Hz 일까?
1. 현대 연주자들의 관습
현대의 고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표준피치보다 반 음 낮은 A=415Hz 는 조율,설정 면에서 합리적이다.
튜너 세팅 시에도 half step down 설정만 하면 바로 바로크피치를 적용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대 고음악 연주자들 사이에서의 합리성의
합의점이 반음 내리는 415Hz 피치인 것이다.
2. 녹음, 출판 산업 상의 편의
연주자나, 지휘자가 415Hz를 선호했고, 자연스럽게 고음악 악보나 악기 역시 이 피치에 맞게 제작된다.
고음악 음악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산업 편의 상, 바로크 연주의 기본 피치는 A=415Hz 로 자리잡힌다.
3. 당대의 기술적 한계
피치가 올라갈수록 악기나, 연주자, 청중에게 있어 긴장도가 상승한다.
특히 악기에게 있어서 더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바로크 시대 당시 사용된 현악기의 줄은 거트(gut) 줄이었다.
거트줄은 양,소의 창자를 가공해 만든 줄이다.
현악기 현의 가장 전통적인 재료였다.
Tom Swinne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752535/
거트줄은 양,소의 장을 건조시킨 후 꼬아서 제작한다.
자연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낮고 잦은 교체가 필요하다.
튠이 잘 풀리는 점, 습기에 민감하며 반응이 느린 점 등의 단점이 있으나,
배음이 풍부하며 따뜻하고 포근한 음색이 특징이다.
이 거트줄은 높은 장력에 견디지 못하고 쉽게 끊어진다.
따라서 낮은 피치, 낮은 장력에 적합했던 것이다.
거트줄은 대부분의 바로크시대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하프, 루트)
등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악기의 한계점을 고려한 최대치가 당시엔 415Hz 이었다.
4. 당대의 합의
17세기때도 A=415Hz는 절대적인 표준값이 아니다.
유럽의 각 국, 각 도시마다 피치는 A=392Hz~ A=428Hz 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로크피치가 A=415Hz 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당시 바로크 시대 대표 작곡가들( 바흐, 헨델, 비발디 등 )이
채택했던 피치가 415Hz 였기 때문이다.
5. 각 시대 간 대비
고전시대는 430, 낭만시대는 438~440
이에 대비 바로크 415 로 설정하면
각 시대 간의 구분과 대비가 명확해진다.
이처럼 악기의 물리적 한계점, 연주자의 부담, 상징적인 타협점, 실용적인면 등
총제적인 값을 고려한 합의점이
415 Hz 피치였던 것이다.
* 18세기, 높아지는 피치
18세기부터 피치가 A = 420~430Hz 로 점차 높아진다.
다양한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섹션을 나눠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양식 변화
17세기를 지나 바로크 말, 고전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모니와 맬로디 중심으로 음악 양식이 변화한다.
더 명료하고, 더 밝고 확실한 음색을 원하게된다.
2. 기술 발달
니즈가 있어도 악기 제작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18세기를 지나면서 악기 제조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다.
3. 경쟁
청중들은 더 밝고 생기있는 음악을 선호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조금 더 팽팽하고 높은 피치는 더 생기있는 인상을 준다.
작곡가와 연주자들은 경쟁하듯 높은 피치를 원했고
악기 제작자들은 이에 맞추어 점차 피치를 높여 악기를 제작한다.
잠깐, 18세기 악기 제조 기술 발달의 흐름은?
일단 니즈는 다음과 같다.
-18세기에 오페라하우스나, 홀의 등장으로 더 크고 명료한 음향이 필요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잘 조화되는 균형잡힌 소리가 필요했다. -작곡가들의 작곡음악은 더 빠르고 복잡해진다. -피치를 표준화하려고 노력한다. |
<현악기>
-거트현에 은이나 동선을 감는 기술이 퍼져 기존의 약한 현을 더 보강. 현의 장력이 올라간다
-음량 높이기 위한 세세한 조정과 실험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현악기들의 크기나 비율 등이 표준화되기 시작, 역할이 확실히 분화된다.
<관악기>
-플룻은 최대 8키 까지의 플루트가 등장. 키가 달린 구조로 발전.
이는 조율 중심의 악기로 변했다는 것을 뜻함
-오보에는 2키에서 6키이상으로 진화한다.
-클라리넷 개발
-바순의 구조개선
<건반악기>
-피아노포르테의 발명 이후 꾸준한 실험과 발전
-헤머 메커니즘 도입
-18세기 중반부터 전유럽 확산.
즉, 현악기는 현이 개선되고 악기의 구조가 조정되면서 음량이 확대된다.
관악기는 키가 추가되면서 조율 중심의 악기로 바뀌고, 다른 악기들도 구조개선&개발이 일어난다.
건반악기는 새로운 악기가 개발되며 표현력 중심으로 바뀐다.
다른 악기군으로 타악기가 오케스트라에 일부 도입되면서 리듬과 강세를 담당하게된다.
이처럼 18세기에는
다양한 악기들의 발전과 개선이 눈에 띈다.
* 19세기, 무질서와 높아지는 피치
19세기 초중반 유럽에서는 나라, 도시, 극장, 악단 마다 피치가 제각각이었다.
또 유럽 각국에 속해있는 오케스트라단 역시
서로 더 밝고 강한 사운드에 대한 경쟁의식때문에
의도적으로 팀 전체의 기준피치를 높였다
어떤 지역은 지금 피치보다도 훨씬 높은 A=450Hz 까지 상승한다.
이러한 경쟁과 무질서는
작곡가에게 부담이 되며, 오케스트라 내에서도 조율 시 혼선이 생긴다.
특히 이러한 흐름에 있어 제일 큰 피해자는
성악(가수)들이었다.
결론,
피치 상승 역사에 있어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18세기이다.
이 시기에는 음악양식/연주환경/제작기술 등 전반적인 혁신이 일어났던 때였고
기준 피치 역시 상향, 하향을 반복하며
여러모로 불안정한 상태(하지만 꾸준히 상승하는 상태) 였다.
다음 시간에는 피치 인플레이션 현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인
성악(가수)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시위로 인해
세계 최초로 국가가 피치를 표준화 시킨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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